▶ 두통·복통·친구도 안 만나
▶ 일상 속 작은 ‘자기 돌봄’
▶ 자연스럽고 편한 대화로 부모가 먼저 마음 열어야
고등학생 시절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론 성장의 일부로 작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업과 입시, SNS,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정신 건강 위협까지 더해지며 10대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부모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고교생 스트레스 관리 요령과 부모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 더 많은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거주하는 셰넌 카펜터(47) 씨는 고교생이 받는 스트레스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아버지로서의 삶을 나누고 있다. 자녀 중 두 명이 고등학생인 그는 “우리가 자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10대들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라고 팟캐스트를 통해 전했다.
카펜터 씨는 “요즘 아이들은 연중 내내 이어지는 스포츠 활동, 치열해진 대학 입시 경쟁 외에도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라며 “예전엔 부모가 자녀에게 일부 걱정거리를 감춰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SNS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학 등록금이 치솟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기후 변화와 인플레이션 문제까지 걱정한다”라며 “지금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일찍 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고교생 스트레스 갈수록 심각이미 10여 년 전부터 고등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3년 공영라디오 NPR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 10명 중 4명은 ‘내 자녀가 학교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2019년 여론조시기관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서도 학업이 10대 청소년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꼽혔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NBC 뉴스와 비영리단체 ‘챌린지 석세스’(Challenge Success)가 공동 실시한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56%가 ‘팬데믹 이전보다 학교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라고 응답했다.
정신 건강 문제도 심화되는 추세다. 같은 조사에서 고등학생 3명 중 1명 가까이는 ‘정신 건강 문제가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1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37%는 팬데믹 기간 중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44%는 ‘지속적으로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팬데믹이 끝나도 고교생의 스트레스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의 서머빌 고등학교 트레이시 스몰 상담부장은 “수업 스케줄 조정이나 또래 관계 등 전통적인 고민 외에도, 최근 몇 년 사이 우려스러운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라며 “최근 고등학교 내에서의 신체적 충돌이 많아졌고 우울증과 불안장애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 ‘두통·복통·친구도 안 만나’…위험 신호 살펴야
고등학생 자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그 스트레스가 위험 신호로 바뀌는지를 부모가 정확히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서머빌 고등학교 트레이시 스몰 상담부장은 “청소년이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와 거리를 두고, 속마음을 덜 털어놓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럴수록 부모가 자녀의 행동 변화를 민감하게 살펴야 한다”라고 말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경고 신호로는 ▲잦은 두통이나 복통 ▲과도한 적대감 ▲오래된 친구들과의 단절 등이 있다. 스몰 부장은 “만약 자녀가 삶에서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가족이나 또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반드시 학교에 문의해 교사나 상담사가 같은 현상을 관찰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심리적 문제 외에도 신체적 자해나 약물 사용과 같은 위험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행동 역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경고 신호다. 스몰 부장은 “이런 경우 부모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학교 상담교사나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상 속 작은 ‘자기 돌봄’ … 부정 감정도 직면해야고등학생 자녀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면 부모는 작고 기본적인 생활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그리고 일상 속 작은 ‘자기 돌봄’(Self Care) 활동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든다”라고 조언한다.
샌프랿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스트레스트 틴즈’(Stressed Teens)를 운영 중인 지나 비겔 심리치료사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호흡 훈련도 요즘 인기 있는 방법이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비겔은 “마음챙김은 좋든 나쁘든 감정을 더 예민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연습”이라며 “따라서 단순히 감정을 인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경험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법까지 함께 배워야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겔 치료사에 따르면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는 등의 아주 사소한 일상이 자가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을 추구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청소년 자녀와 부모가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 할 때 생기는 경우도 많다. 비겔 치료사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삶의 일부”라며 “무엇인가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그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짧아도 자주 대화… ’게임·영화’로 자연스럽게 자녀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바로 대화다. 하지만 긴 강의를 하는 방식의 대화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카펜터 교육 팟캐스트 운영자는 자녀들과의 소통 비결로 ‘마이크로 레슨’(Microlessons)을 추천한다. 마이크로 레슨은 짧고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으로 그는 주중 의도적으로 10~15분가량의 대화를 자주 나누려 노력한다. 카펜터 운영자는 “아들과는 비디오게임을 함께 하며, 딸과는 방과 후 공포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공간을 만든다”고 전했다.
마이크로 레슨 대화 방식의 핵심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진심으로 듣는 것이다. 카펜터 운영자는 “딸에게 ‘학교 어땠어?’라고 물으면, 보통 ‘괜찮았어’ 정도로 끝난다. 그럼 나는 ‘수학 시간은 어땠어?’, ‘친구들이랑 무슨 일 있었어?’, ‘요즘 본 영상 중에 기억에 남는 게 뭐야?’처럼 구체적으로 다시 묻는데, 미니 인터뷰 형식으로 보면 좋다”라고 설명했다.
■ 불편한 감정과 경험도 나눠야 자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길 바란다면, 부모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열어 보여야 한다. 카펜터 교육 팟캐스트 운영자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스트레스와 실패 경험까지도 솔직하게 공유한다. 그는 “나도 힘들고, 실패도 했고, 어떤 순간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걸 숨기지 않고 말한다”라며 “부모가 감정을 감추기만 하면, 아이들도 따라 감추게 된다”라고 조언했다.
자녀에게 건강한 정서 표현을 기대한다면, 부모가 먼저 그 모습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비겔 청소년 심리치료사는 “스스로 실천하지 않을 거라면, 자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말라”며 “아이들과 앉아 대화할 때는 솔직하고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10명 중 6명(약 61%)은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느끼며 살아간다. 이처럼 학업이 10대 청소년에게 가장 무거운 스트레스 요인이지만 부모의 접근 방식에 따라 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아동청소년정신의학회’(AACAP)는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불안 유발 상황 함께 연습해보기. 예를 들어, 자녀가 교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경우, 집에서 여러 번 말로 연습시켜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질적인 대처 기술 가르치기. 큰 과제를 작고 구체적인 단위로 쪼개서 처리하거나, 할 일을 우선순위별로 정리해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함께 익힌다. ▲‘완벽’보다 ‘최선’을 칭찬하기. 결과보다 노력과 성장을 인정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존감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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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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