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우리 아이는 SAT 1400점을 받았는데 하버드대에 갈 수 있을까요?”
지난 주 상담을 받은 한인 학부모가 던진 질문이다. 1400점이면 전체 응시자 상위 5% 안에 드는 뛰어난 점수다. 하지만 나는 선뜻 “가능하다”고 답할 수 없었다. 이 질문 뒤에는 미국 사회가 좀처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명문대를 ‘점령’한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계는 미국 전체 인구의 7.7%에 불과하지만 명문대에서는 그 비율이 3~5배에 달한다. 주요 명문대 별 학부생 중 아시아계 비율을 보면 칼텍 44%, UCLA 35%, UC버클리 41%, MIT 35%, 스탠포드 29%, 하버드 37%, 존스홉킨스 46%, 스탠포드 29%, 프린스턴 24%, 듀크 29% 등이다.
이런 숫자만 보면 아시아계라는 정체성이 입학에 유리한 조건처럼 여겨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백인 학부모들은 “아시아계가 우리 아이들 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착시현상이다. 높은 비율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특혜’가 아니라 극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 결과물’이다. 마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그들이 특별한 보호를 받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명명한 ‘아시아계 세금’(Asian Tax)은 이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아시아계 지원자가 백인 지원자와 동등한 합격 기회를 얻으려면 SAT에서 140점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냉혹한 사실이다. 2023년 전체 SAT 평균이 1028점일 때 아시아계 평균은 1219점이었다. 거의 200점 차이다. 이 격차는 우연이 아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세운 최소 기준선인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하버드대 입학사정에서 드러난 주관적 평가의 실태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합격률은 8.1%, 백인은 11.1%였다. 객관적 지표에서는 아시아계가 앞서는데 합격률은 낮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긍정적 성격”, “널리 존경받음”, “호감도”, “용기”, “친절함” 같은 주관적 영역에서 백인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프린스턴대 입학사정관들이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매우 익숙한 프로필”, “표준적인 의대 준비생”, “구별하기 어렵다”고 평가한 내부 메모들은 이런 편견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작동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3년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적극적 우대조치를 위헌으로 판결했을 때 많은 아시아계 가정들이 환호했다. 드디어 ‘공정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실제로 일부 변화는 나타났다. 컬럼비아대의 경우 전체 학부생 중 아시아계 비율이 18%인데2024 가을학기 신입생 중39%로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명시적인 인종 고려는 사라졌지만, ‘홀리스틱(포괄적) 평가’라는 이름으로 주관적 요소들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씌워진 ‘뻔한 프로필’이라는 선입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시아계 학생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완벽한 점수’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좋은 성적은 필요하지만 상위 25% 안에 들면 충분하다. SAT 1600점 만점에 목매달 시간에 차별화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야 한다. 의대나 공대 진학,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수학 올림피아드, 봉사활동으로 양로원 방문. 이런 ‘전형적인’ 아시아계 활동 리스트에서 벗어나야 한다. 입학사정관들이 “또 이런 프로필이야”라고 한숨 쉬게 만드는 뻔한 패턴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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